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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합시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리뷰

 

 

 

 

 

 

 

이번 주에 tvN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된 책은 바로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입니다.

제 인생 책으로 꼽는 책이기도 한데요, 방송에서 소개되니 더 반갑더군요.^^

 

그럼, 오늘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함께 제가 감명깊게 읽은 부분과 생각을 소개해 드리도록 할게요.

 

 


수잔 손택은 누구인가

 

 

 

 

 

1933년 미국 출생의 수전 손택은 소설가이자 수필가, 예술평론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사회운동가였습니다. 1966년 <해석에 반대한다>를 통해 문화계에 중심에 섰으며,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 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라는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수전 손택은 15세 때 버클리대학에 입학할 만큼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으며, 이후에 시카고대학으로옮겨 문학과 역사, 철학을 배웠다고 합니다. 25세 때 하버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스물 다섯 때 나는 뭐하고 있었나 자괴감이 드는군요.)

 

수전 손택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녀가 단순히 앎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데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스스로 '열렬한 실천가'로 불리기를 원했다고 하는데요, 1993년에는 사라예보 내전에 대한 전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전쟁중인 사라예보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읽게 된 이유는?

 

수전 손택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그녀가 뉴요커지에 911 테러 사태에 대한 기고한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는 글을 통해서였어요. 미국 전체가 비탄에 빠진 당시 상황에사건의 본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또 이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에도 호기심이 생겨서 수전 손택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까지 접하게 되었었어요.

 

 

 


타인의 고통 들여다보기

 

수전 손택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자신이 책을 집필한 계기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소개했습니다.

 

그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이러한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매일 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의 현실 인식이 손상될까? 그렇다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쟁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에서 <타인의 고통>을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특히 수전 손택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전쟁의 한가운데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경험을 단지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은 단순이 사진 이미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전쟁을 다룬 책이라고 합니다. 특히 미디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현대사회가 ‘스펙터클의 사회’라고 한다면, 이 책은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끝으로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전쟁의 본성과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서문에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전부 담겨있네요!

<타인의 고통>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문부터 꼼꼼히 읽어보시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이제 본문을 살펴볼게요.

 

 

 

 

39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한다는 것은 지난 1세기하고도 반세기 동안 [오늘날의] 언론인과 같다고 알려진 전문적인 직업여행자들이 촘촘히 쌓아올린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경험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실에서도 전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48P
사진은 객관적인 기록인 동시에 개인적인 고백이 될 수 있으며, 실제 현실의 특정한 순간을 담은 믿을 만한 복사본이자 필사본인 동시에 그 현실에 관한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64P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별개로, 고통을 증명한다는 것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35P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사진만을 기억한다는 데에 있다.
150P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관음증적인 향락(그리고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아직 죽지 않는다, 나는 전쟁터에 있지 않다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그럴싸한 만족감)을 보건대,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시련, 그것도 쉽사리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낄 법한 타인의 시련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153P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이다.
154P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제가 이 책을 인생 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제 삶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수전 손택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그것 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 책이었어요. 다시 말해, "나는 미디어 속에 나오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그 동안 어떻게 소비해왔는가?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여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었는데요. 수전 손택이 지적한 것처럼 "나도 그동안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관음증적인 향락을 얻었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책을 읽는 내내 내 속에 속물 근성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해지기도 하였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스스로 인지한 이후에는 인터넷이나 TV 등의 미디어에서 쏟아져나오는 기사들을 접할 때 조금 더 거리를 두게 되었고,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원칙을 갖게 되었어요. 또, 친구가 힘든 일을 말할 때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시로 경계하고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타인의 고통을 읽어야 하는 이유

 

저는 현대사회에서 깨어있는 지성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성인이라는 표현이 거창하게 들리나요?^^; 다시 말해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 속에서 내 생각을 제대로 갖기가 어렵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중심을 세워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사람이라면 <타인의 고통>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이 책을 통해 뉴스와 이미지들을 어떻게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가 않고, 다양한 사진 이미지와 함께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수전 손택의 문체 자체가 간결하고 어렵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게 읽힌답니다.

사놓고 꽂아만 두는 책은 돈이 아까울텐데요, 이 책은 산 후에 두고 두고 곁에 두고 읽어 볼 수 있는 책이 될 거예요. 저도 보통 읽고 나서 중고서점에 파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고이 책꽂이에 꽂아 두었답니다.^^

그러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방송을 통해서 이 책을 읽게되었으면 좋겠네요~~!